본문 바로가기
영화 리뷰

<기쿠지로의 여름> 막막한 여름의 먹먹한 감동과 음악

by 유주12 2023. 12. 26.
반응형

 

마사오의 막막한 여름

영화 <기쿠지로의 여름>2002830일에 개봉한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전체 관람가 영화이다. 영화는 9살 마사오를 보여주며 시작한다. 9살 소년답게 마사오는 친구를 좋아하고 친구와 해맑게 인사하는 귀여운 소년이다. 어린 초등학생인 마사오는 여름방학을 맞이했다. 모두가 기다리던 여름방학이지만 마사오는 전혀 신나지가 않는다. 할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마사오는 매일 일을 나가시느라 바쁜 할머니가 집에 없으면 혼자이기 때문이다. 함께 노는 친구들도 여름방학을 맞이해 가족들과 바다나 시골로 놀러 가버리고 홀로 된 마사오의 막막한 여름 방학을 맞이한다. 이러한 마사오의 모습은 영화의 시작부터 마음을 먹먹하게 한다. 마사오는 집에서 우연히 엄마의 주소를 발견한다. 할머니는 엄마가 멀리 돈을 벌러 가셨다고 했고, 마사오는 그런 엄마를 본 적이 없다. 마사오는 이 막막한 여름에 엄마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9살 어린 마사오는 엄마의 사진 한 장, 주소 하나를 들고 무작정 엄마를 찾아 여행길을 나선다. 동네 형들에게 걸린 마사오는 차비로 들고 나온 돈을 뺏길 뻔했지만 이웃 아줌마와 아저씨가 구해준다. 마사오의 사연을 들은 이웃 아줌마는 마사오의 막막한 여름 여행길에 자신의 남편을 동행시킨다. 이렇게 마사오와 아저씨의 엄마 찾기 여름 여행이 시작된다.

먹먹한 여름의 감동

마사오와 동행하게 된 아저씨는 마사오가 시작한 이 막막한 여행길을 더 막막하게 만드는 것 같다. 아저씨는 아내가 준 돈을 경륜장에서 탕진해 버린다. 심지어 마사오가 차비로 들고 나온 돈을 빼앗아 그마저도 다 잃어버린다. 아이가 나선 여행의 목적에는 전혀 관심 없어 보이는 아저씨는 홀로 술을 마시다 마사오를 놓쳐버린다. 마사오는 엄마에게 데려다준다는 대머리 할아버지의 꾐에 넘어가 그 할아버지를 따라가 버린 것이었다. 마사오가 엄마를 만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얼마나 간절했는지, 이 여행의 목적이 아이에게는 얼마나 간절한 것인지 깨닫게 된 아저씨는 진짜로 마사오를 엄마와 만나게 해 주겠다고 결심한다. 수영장이 딸린 호텔에서 아저씨와 마사오는 수영도 하고 낚시도 하며 마사오는 처음으로 웃는다. 호텔의 친절한 호텔리어는 마사오에게 또 놀러 오라고 용돈도 주고 그들이 히치하이킹을 할 수 있도록 히치하이킹을 할 수 있는 곳까지 바래다준다.. 어느 친절한 커플을 만나 마사오는 또 웃는다. 히치하이킹을 번번이 실패하다 다행히 어느 마음씨 좋은 방랑시인의 차를 얻어 타고 아저씨와 마사오는 마사오의 엄마가 산다는 토요하시까지 간다. 아저씨는 마사오가 들고 온 주소의 집 앞에 섰다. 그 집에서 나온 마사오의 엄마는 그녀의 새로운 남편과 마사오 또래의 아이와 함께 나왔다. 착잡한 표정으로 돌아선 아저씨는 마사오에게 엄마가 이사를 간 것 같다고 둘러대지만 마사오는 엄마를 알아보았다. 마사오도 그렇게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아저씨는 다시 한번 엄마가 이사 간 것이 맞는지 확인하고 온다고 했지만 차마 물어보지 못하고 그 길에 마음 좋은 폭주족에게서 천사의 종을 받아낸다. 아저씨는 마사오에게 엄마가 이사 가며 전해주라고 했다는 위로와 함께 마사오에게 천사의 종을 전한다. 마사오가 엄마를 찾아 떠난 여름의 여행길에 아저씨가 동행하며 만나게 되는 모든 사람들이 전하는 감동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끊임없이 물결친다. 마사오와 아저씨를 토요하시까지 바래다주었던 방랑시인과 천사의 종을 마사오에게 넘겨주었던 폭주족들과 마사오와 아저씨는 모두 웃는다. 마사오를 즐겁게 해 주기 위한 시간이었지만 그들은 그 시간 속에 웃음으로 하나가 된다. 그들은 웃고 있는데 영화를 보는 나는 먹먹한 감동으로 웃고 있는 마음과 다르게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마사오와 아저씨는 집으로 돌아왔다. 이들의 여름이 왜 마사오의 여름이 아니라 기쿠지로의 여름인지는 영화의 마지막에서야 밝혀진다. 그리고는 이 영화가 왜 기쿠지로의 여름일 수밖에 없는지 관객들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음악, 히사이시 조 <Summer>

영화 기쿠지로의 여름은 일본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했다. 배경음악 연주곡을 작곡한 사람은 히사이시 조라는 음악가이다. 이 곡은 원래 영화 기쿠지로의 여름의 오프닝 장면을 위해 작곡된 원곡이었으나 영화 전체에서 주인공을 상징하는 멜로디로서, 여러 변주된 형태로 연주된다. 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여름의 테마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며 기쿠지로의 여름이라는 영화를 떠올리면 빼놓을 수 없는 주제곡이 되었다. 영화의 감독인 기타노다케시는 히사이시 조에게 피아노로 서정적인 느낌을 내달라고 요청했으나, 히사이시조는 서정적인 느낌의 주제보다 경쾌한 느낌이 나는 부제를 작곡해서 감독에게 들려주었다. 기타노 다케시 감독은 그 경쾌한 느낌이 나는 부제를 더욱 마음에 들어 했고 결국 그의 선택은 정확했다. 이 경쾌한 느낌의 <Summer> 곡은 주제 부분만 들려주면 많은 사람들이 어떤 곡인지 안다는 반응을 하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도 <Summer>의 주제 부분을 들으면 영화에 대해서는 몰라도 이 곡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있다고 말할 정도이다. 영화를 아직 보지 못한 사람들은 히사이시 조의 <Summer>를 먼저 들어보길 추천한다. 이 곡의 경쾌함이 마사오와 기쿠지로의 여름에 어떻게 녹아들어있는지, 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궁금해질 것이다. 이 음악이 이 영화가 주는 감동과 어떻게 어우러지는지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통해 꼭 알게 되면 좋겠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