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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왕의 남자> 사랑이 필요한 왕, 자유가 필요한 광대

by 유주12 2024.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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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필요한 왕에게 나타난 광대

영화 <왕의 남자>2005년 개봉한 이준익 감독의 작품이다. 이 영화는 연극 <()>를 원작으로, 연산군이 왕위에 있었던 시절을 배경으로 연산군과 광대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는 광대패의 자유로운 모습으로 시작한다. 남사당패의 광대였던 장생(감우성)과 공길(이준기)는 서로 아끼는 사이이다. 장생은 성격이 대담하고 자유로우며 권력에 굴하지 않고 당당한 광대이다. 그는 풍자극과 줄타기를 특기로 가지고 있다. 공길은 장생과 같은 남자 광대이지만 외모가 여성스럽고 곱상해서 광대극을 하면 항상 여자 역할을 한다. 극을 보는 양반들은 공길의 아름다운 외모에 반하고는 했다. 남사당패의 우두머리는 이런 공길을 이용하여 돈을 벌려했고, 장생은 공길을 데리고 한양으로 떠나버린다. 한양에서 장생과 공길은 한양 저잣거리의 광대들인 육감, 칠득, 팔복을 만난다. 그리고 그들은 크게 한 판 벌인다는 생각으로 왕(정진영)과 장녹수(강성연)를 풍자하는 광대극을 벌인다. 그리고 공연은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는다. 하지만 그들은 왕을 능멸했다는 이유로 잡혀가 곤장을 맞는다. 그때 장생이 한 수를 던진다. 왕이 자신들의 광대극을 보고 웃는다면 그것은 희롱이 아니니 왕을 웃겨 보이겠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드디어 조선의 폭군 연산군(정진영) 앞에서 직접 공연을 하게 되었다. 왕 앞에서, 그것도 폭군인 왕 앞에서 공연을 하던 광대들은 엄청난 긴장감에 실수만 연발한다. 공연이 끝났지만 왕을 비롯해 아무도 웃지 않았다. 하지만 장생과 공길은 즉흥적으로 장면을 하나 더 연기하며 드디어 왕을 웃게 만들었다. 연산군은 더 웃고 싶었다. 그래서 광대들을 가까이 두고 즐기고 싶어 궁궐에 광대들의 거처를 마련해주고 왕이 원할 대마다 공연을 할 수 있도록 훌륭하게 대접해 준다.

자유가 필요한 광대

하지만 신하들은 광대들이 궁에 있는 것을 못마땅해한다.. 광대들은 그런 신하들을 광대극으로 크게 비꼬게 된다. 장생은 전국의 재주 있는 광대를 더 모아서 더욱 큰 광대패를 만든다. 그렇게 모은 광대패로 그들은 뇌물을 받고 관직을 사고파는 탐관오리의 비리를 풍자하는 공연을 한다. 광대극을 본 연산군은 탐관오리들의 죄상을 철저히 밝히고 처벌하기 시작한다. 광대들이 공연을 할 때마다 그들이 풍자하는 사람들은 엄벌을 피할 수 없었다. 광대들의 공연을 즐기는 연산군은 광대패 중 신비로운 모습의 공길에게 마음을 빼앗겨 그를 따로 불러 인형극을 하면서 놀게 된다. 인형극의 내용과 그 인형극을 보여주는 공길을 보며 연산군은 어린아이처럼 눈을 반짝거리며 몰입한다. 연산군은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지 못한 결핍이 있었고 공길로부터 자신의 그 외로움을 위로받고 싶었다. 공길 역시 그런 연산군을 보며 묘한 감정을 느낀다. 왕과 가까워지는 공길과 광대패를 못마땅해하는 중신들 때문에 장생은 궁을 떠나려 한다. 하지만 공길은 고민 끝에 궁에 남길 원한다. 연산군은 공길에게 벼슬까지 내리면서 그를 자신의 옆에 두고 싶어 한다.. 그런 공길을 질투한 장녹수는 공길에게 누명을 씌우고 그를 궁궐 밖으로 내보내려 한다.. 하지만 장생이 공길 대신 누명을 뒤집어쓰고 마지막으로 왕을 풍자하는 줄타기를 하게 된다.

결말

장생의 줄타기를 보며 연산군은 크게 화가 났고 그를 향해 화살을 쏜다. 장생은 결국 고문을 당해 눈이 멀었고 공길은 그와 함께 한다. 두 사람은 다시 태어나도 광대로 태어날 것이라고 외치며 줄을 탄다. 그 순간 연산군을 왕위에서 끌어내리기 위한 군사들이 들이닥치며 영화는 끝이 난다. 아마도 다음 생을 기약하는 둘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여준다는 것은 슬픈 결말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 영화는 입소문과 작품성으로 천만 관객을 기록한 영화인데 가장 천만영화 다운 천만 영화라는 평을 듣기도 한다. 조선왕조실록에 나오는 단 몇 줄의 광대 공길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상상력이 더해져 나온 이 이야기는 사랑이 필요했던 왕과 자유가 필요했던 광대들의 슬픈 인연을 그리고 있다. 사랑이 결핍된 왕이 얼마나 폭력적이고 무서운 정치를 하게 되는지, 그 채워지지 않는 마음이 얼마나 다른 사람을 향한 공격성으로 드러나는지 우리는 역사에서 그 매서움을 배웠다. 그리고 영화는 그 결핍된 왕을 잘 보여준다. 영화에서 연산군은 파란색 곤룡포를 입고 나오는데 실제 곤룡포가 붉은 색인 것을 감안하면 이는 역사적 오류로 보인다. 하지만 감독은 연산군의 우울한 캐릭터를 드러내기 위해 파란색 곤룡포를 의도적으로 설정했다고 한다. 광대들은 신분제 사회에서 천한 신분일 수밖에 없었고 왕마저 자유롭게 비꼬는 풍자극을 하면서 자유로운 삶을 누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들도 그저 천한 신분의 광대일 뿐, 그들에게 주어진 자유는 진정한 자유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도 광대로 태어나고 싶다는 장생과 공길의 말은 그들에게 허락된 광대극 안에서의 자유라도 마음껏 누리고 싶다는 의미인 것 같다. 신선한 사극을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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